'팔 제품' vs '쓸 제품'

처음 아내의 민감 피부를 위해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이후, 가장 먼저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팔 제품'이 아니라 '쓸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죠. 저와 같이 화장품 회사를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아실거에요. 기업의 제품 출시 과정이 어떤지요. 기업은 판매량을 기반으로 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고객의 수요가 너무 적으면 만들지 않습니다. 즉, 기업은 '팔릴 만한' 제품만을 만듭니다.

그럼 기업은 어떻게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들까요? 먼저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도를(선호 성분, 향, 제품유형, 가격대, 경쟁강도 등) 세세하게 분석하고 이러한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들이 혹할 만한 세일즈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시장성을 반영하여 제품을 만드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에요. 어떤 제품이든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지속적으로 재생산을 할 수 있고, 꾸준히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시장성을 바꿔 말하면, '유행'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유형의 제품이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것을 보신 적 있으시죠? (비타민C가, 어성초가, 시카가, 스틱형 밤이, 립밤이 유행하던 시기들이 기억나시나요? 화장품 시장에도 성분과 제품의 유행이 빠르게 돌고 돌아요) 이번 아내를 위한 제품을 만들때 만큼은 이런 '유행'에서 벗어나 '효능' 위주로 제품을 개발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어요.

다양한 자료조사로 고객의 선호도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의 성분, 제형, 향, 유형, 가격대를 결정하여 제품이 시장에 나옵니다. 지겨웠던 자료조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요?^^ 이번 만큼은 시장과 유행에서 벗어나 아내 피부에 도움되는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고 싶었어요. 과연, 에리얼즈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팔 제품'이 아니라 '쓸 제품'을 만드려고 하니 생긴 변화

현실적으로 제게 유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기업처럼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판매량에 대한 부담이 적었어요. 그렇기에 시장의 유행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 덕에 아내 피부에 실제로 효능, 효과를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거죠. 

가장 좋았던 점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었어요. 보통 시장성을 바탕으로 제품을 기획하다 보면 고를 수 있는 성분의 폭이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시장에서 선호하는 성분을 위주로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규모가 작은 브랜드의 특권이었을까요? 유행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그 시기가 지금 생각해보니 무척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마음껏 국내외 논문들을 서칭하고, 연구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성분을 구성하면서 아내 피부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저 스스로도 많이 배웠던 시기였구요^^

연구원님과 국내외 논문, 연구 자료등을 활발하게 서칭하면서 제품 연구에만 몰두하던 시절, 당시에는 고민이 거듭 되어 진척이 빠르게 되지 않아 힘이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유롭게 연구에만 몰두하던 때가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연구기간만 6개월이 넘어가자,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요. 그러나 아내에게 진짜 효과가 있는 제품을 만든다면 같은 고민이 있는 소비자들께서 알아봐주실거란 단순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잡고 제품 개발에만 몰두했어요. 

과연! 이렇게 만들어진 에리얼즈냅의 제품은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았을까요? 에리얼즈냅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요?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

[BEHIND THE STORY 다른 에피소드 보기]

ㆍ ep. 02. 에리얼즈냅의 차별화 전략! "더하기" or "빼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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